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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고사성어를 통해보는 선현들의 가르침

이기철 | 기사입력 2022/03/20 [12:01]

[연재] 고사성어를 통해보는 선현들의 가르침

이기철 | 입력 : 2022/03/20 [12:01]

인간만사 새옹지마(人間萬事 塞翁之馬)

화가 복이 될 수도 있고 복이 화가 될 수도 있다.

한때의 화()가 훗날의 복()이 될 수도 있고, 오늘의 이()가 훗날의 해()가 될 수도 있듯이 세상일이란 헤아리기가 무척 어렵다는 말이다. 위 말은회남자(淮南子)의 인간훈(人間訓)에 나오는 이야기로, 옛날 중국 북방의 요새 근처에 점을 잘 치는 한 노옹(老翁)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이 노옹의 말이 오랑캐 땅으로 달아났다. 마을 사람들이 이를 위로하자 노옹은 조금도 애석한 기색 없이 태연하게 말했다. "누가 아오? 이 일이 복이 될는지?"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그 말이 오랑캐의 준마를 데리고 돌아왔다. 마을 사람들이 얼마나 기쁘냐며 이를 치하하자 노옹은 조금도 기쁜 기색 없이 태연하게 말했다. "누가 아오? 이 일이 화가 될는지?" 그런데 어느 날, 말 타기를 좋아하는 노옹의 아들이 그 오랑캐의 준마를 타다가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마을 사람들이 이를 위로하자 노옹은 조금도 슬픈 기색 없이 태연하게 말했다. "누가 아오? 이 일이 복이 될는지?"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어느 날, 오랑캐가 대거 침입해 오자 마을 장정들은 이를 맞아 싸우다가 모두 전사했다. 그러나 노옹의 아들만은 절름발이었기 때문에 전쟁에서 제외되어 무사했다. 그러므로 인간세상에서 복이 화가 되고 화가 복이 되는 것은 그 변화가 너무 깊어 측량할 수가 없다.

 

오래 전 모방송국에서 인기리에 방송되었던 허준이라는 드라마가 생각난다. 천첩 태생의 신분에서 각고의 노력 끝에 조선시대 의원으로서는 최고라는 어의의 자리까지 오른 동의보감의 저자 의성 허준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물론 드라마이니만치 허구도 많이 가미가 되었을 것이고 그리고 이 글은 픽션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쓰는 글이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허준이 그토록 벼르던 의과에 응시를 하러가던 도중 충청도 진천의 버드내라는 산골마을에서 밀려드는 환자들을 치료하다 결국 과거에 늦어 닫힌 문을 두드리며 절규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한 대목이 있었다.

 

과거시험 시간을 넘겨 결국 낙방이나 다름없는 신세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 온 허준은 스승인 유의태의 밑에서 의술을 펴며 더욱 의술을 연마한다. 그러다가 결국 스승인 유의태의 발병(반위, )으로 죽음에 이르자 스승은 자신의 몸을 허준에게 열어보게 하여 당시로서는 짐승의 몸이나 겨우 해부를 해보거나 하는 것이 고작이었던 때에 유의태는 죽어가면서도 자신의 제자를 제대로 된 의원을 만들기 위해 자진을 하고 때맞추어 허준으로 하여금 얼음골로 오게 하여 반위()에 걸린 자신의 시신을 열어보게 함으로서 완성된 의원을 만드는 일에 기꺼이 희생을 한 것이다. 이로서 허준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인체를 직접 열어본 유일한 의원이 되는 것이다.

 

만일 허준이 이전에 산골마을의 환자들을 치료하지 않고 그냥 과거시험을 보고 의과에 합격을 하여 궁궐에 있었다면 그런 일이 발생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만일 그랬다면 동의보감이 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을까 하고 되새겨 본다. 물론 드라마이니 흥미유발을 위해 허구와 과장이 가미된 픽션임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허준이 만인이 존경하는 의성(醫聖)이 되기까지 순탄하고 평안하게 삶을 살았다면 오늘날의 명성은 없었을 것이다.

 

참고로 허준이라는 드라마는 작가 이은성씨의 소설 동의보감이라는 원작을 드라마화한 것으로 작가 이은성씨는 이 작품에서 총 4권의 작품 중 3권을 집필하고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 즉 드라마 허준은 작가 이은성씨의 미완성 작품인 것이다.

 

소설의 내용 중 임진왜란이 일어나 모두 피난을 가는데 허준은 궐에 있는 의서들을 짊어지고 가느라 일행에서 뒤처지게 되고 소설에서는 의녀 예진과 함께 임진강 나루에서 조각배(거름 나는 배)를 얻어 타는 것을 끝으로 소설은 3권에서 끝이 난다. 이후에 동의보감을 저술하게 되는 경로 등은 원작을 토대로 방송국 측에서 새롭게 각본을 한 것이다.

 

 이준용 프로필

前) 포천시민신문사 주필
前) 연천신문사 주필
現) 연천문화원장
現) 경기향토사료 연구소장

著書 및 編著 
 ◆미수 허목의 철학과 사상 (경기향토사 연구소) 2012년
 ◆매초성 어디인가? 2016년
 ◆기황후는 재평가되어야 한다. 2018년
 ◆한국전쟁속의 연천. 2021년
 ◆연천문화원 30년사. 2017년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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